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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스티롤리는 건축 교육에 대해 말하길, 근대에 이르러 알도 로시의 《도시의 건축》과 르꼬르뷔제의 《건축을 향하여》정도가 건축의 이론서로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도시의 건축》 처음에 이 책은 새로운 것이 없고 건축에서 늘 당연시 되었던 이야기에 대해 다시 되풀이 할 뿐이라고 밝혀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렇다면 역사와 단절을 선언하고 이루어졌던 건축 프로젝트들의 합당성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알도 로시의 《도시의 건축》에서 도시 연구를 함에 있어 특정한 분석 방법을 세웠다. 여전히 유효한 그의 방법은 많은 실례를 남기고 있는 서구권 건축 외에도 우리나라 전통도시를 연구하는데도 실효적이다.
'[...] 이 분석방법은 이 책에서 의미하는 도시적 형성물의 이론에 의해, 도시를 거대한 인공물과 동일시하는 관점에 의해, 그리고 도시를 기본요소와 주거지역으로 분리하여 설명하는 관점에 의해 나타난다. 나는 우리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분류화에 기초하여 도시적 형성물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다면 도시연구분야에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도시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그리고 기본요소와 주거지역으로 구분하는 논리가[...]'
-알도 로시《도시의 건축》
지금까지 공부하며 깨달은 것은 미비하지만 동서양 구분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건축의 공통 분모와 서로 다른 분자들을 흥미롭게 마주하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의 도시를 살펴보자.
사진과 지도를 함께 보면 무엇이 결정적으로 이 두 도시의 형태적 차이를 초래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고대인들에게 자연은 도시 건설을 위한 절대적이며 유일한 수단이였다. 매우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선택이였다. 이러한 연구로 건축가들은 도시와 건축, 인간, 문화의 관계를 밝혀왔고 결정적으로 건축을 도시를 이해하는, 즉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의 전통도시들을 살펴보자. 우리의 전통도시들이 행여나 그들의 원칙에서 완전히 벗어나 존재한다면, 그들의 오랜 연구에 금이 갈 것이나 다음을 살펴보면, 이러한 원칙을 이해하는데에 한국 전통도시들 또한 예외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설화산을 배산으로 하고 남서로 흘러내린 산줄기의 남서향에 위치한 곳에 기와집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커다란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아산 외암 마을이다. 배산인 설화산과 그곳에서 내려오는 강줄기 사이의 대지에 놓여있다. 배산임수라는 풍수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전형적인 전통마을로 그 마을의 비정형 형태의 근거를 강줄기와 산줄기로부터 찾을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여느 마을처럼 정승과 솟대가 있어 마을의 시작이나 경계를 드러낼 것이며, 그곳을 넘어서 강줄기를 따라 논이 배치되고 민가들이 있을 것이다.
평지들에 놓인 이 마을들은 로마시대의 군사도시와 비교했을 때 덜 정형적이다. 이 부분은 결정적으로 유럽 전통도시들과 한국 전통도시들이 다른 분기점이 되는데 그 이유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풍수 사상 때문인지, 자연에 대한 한국 고유의 방식이 따로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야할 것 같다.
산악 지형에 위치한 월성 양동마을과 평지에 위치한 제주 성읍 민속마을만을 두고 본다면, 전형적인 한국 전통 마을 내에서의 정형 도시와 비정형 도시의 배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ata.hannam.ac.kr
고대의 드제밀라처럼 월성 양동마을은 지정학적 이유에서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되고 구불구불한 길과 각 필지들의 형태가 도시의 인공적 형태를 만들고 있다. 제주 성읍 민속마을은 고대의 팀가드와 같이 도시의 가로와 건축들(특히 담들)이 명확하게 서로의 형태에 밀착해 있다. 수학적으로 완전히 격자형인 로마 고대도시들과는 다르지만 월성 양동마을에 비해서 매우 정형적이다.
출처:countryhome.co.kr/atl/view.asp?a_id=3701
로마 도시의 2개의 십자 중심 도로인 cardo와 decumano처럼 우리 전통마을에서도 몇가지 더 중요한 길이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에는 각 집들이 마당을 품고 담과 함께 꾸불꾸불한 길을 무질서 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지만 각각의 전통마을들은 질서 체계가 분명히 잡혀 있다. 모든 마을의 길들은 무의미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로가 소로로 위계를 가지고 구분되며 대로에는 교차점이나 정자나무 등 도시 요소들을 만난다.
우리의 전통마을들은 배산임수 풍수로 인한 자연적 요소나 성벽등에 의해 가장 큰 위상의 도시 질서를 구축하고 그 다음 각자의 필지에서는 서양 도시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집들이 배치된다. 이는 담과 지붕으로 대변되는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 덕분이다.
이런 도시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관계가 도시의 질서이든 각 건축물의 배치를 위한 질서이든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는 다시말해 자연과의 관계를 고려하길 거부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참고점이자 시작점으로 여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배치들이였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동료 하나와 함께 준비했다. 건축에는 이론과 실행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있고 프로젝트가 없을 때 이루어지는 이론에 대한 공부가 이론의 실행이라는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설계경기는 수상을 떠나 주최측에서 주는 대상지와 자료를 가지고 우리의 연구를 실제 장소를 가지고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경기 마감 막바지 3주를 남기고 참여하게 되어 시간이 촉박했지만 마감을 얽매이지 않고 원래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렇게 도시 연구와 함께 한국 전통도시를 이해하고 분석해 나가며 우리의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지인 사리면과 같은 우리나라 농촌 도시에 대한 이해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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