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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건축술 다시보기] 기술적 형태를 넘어 건축적 형태로: 벽감(niche, 壁龕)

건축 속으로/건축 이론

by Andrea. 2020. 4. 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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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을 목적으로 두꺼운 벽면을 파서 만든 움푹한 대(臺)로, 보통 그 평면은 반원형, 윗부분은 반(半)돔형인 것이 많다. 

 

벽감(壁龕)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벽에 만든 감실(龕室)'이라는 뜻이다. 중근동 •유럽 건축에서 옛날부터 사용해 온 형태로 평면은 반원형, 윗부분은 반(半)돔형인 것이 많다. 서양에서는 이곳에 꽃병 •조상(彫像) 등을 놓아 장식하거나 아예 이 부분을 장식용 분수(噴水)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벽면을 파지 않고 트롱프뢰유(trompe-l’oeil)로 장식한 것도 있다.

 

한국에서는 별도의 사당채가 없는 경우 마루의 벽 위쪽에 감실을 만들어 조상의 위패를 모셔두는 식으로 사용한다. 제사를 지낼 때는 위패를 꺼내 모시거나 벽감의 문만 연 채로 지낸다. 벽감 대신 별도의 방을 '사당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두산백과

꽈드메르 드 꽌시(Quatremère de Quincy,1755~1849)의 장식(decorazione)에 대한 이론을 보면 3가지 장식의 분류 중 '유추적 장식'과 '우의적 장식'을 통해 벽감에 대해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다. 장식에 대한 깊은 얘기는 제하고 벽감의 장식적 기능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덧 붙여본다.

우의적 장식

먼저 벽감의 우의적 장식으로서의 기능으로는 벽감 자체보다는 벽감에 놓이는 석상과 같은 다른 오브젝트에 의해 기능을 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교회의 석상들이다. 이 석상들로 하여금 교회의 공간은 방문자들에게 더 엄숙함을 주고 공간을 더 성스러운 느낌이 들게 한다. 고대에는 병원이라는 건축이 따로 있지 않았다. 병이들면 신들이 벌을 내린 것으로 여겨 기도를 드리곤 했는데 이렇게 의학이 발전되지 못한 때에는 종교적 의미의 행위가 직접적으로 건축의 생성 논리와 관련했다. 그러한 원형에서 출발하여 차츰 위생을 위한 건축에 설치되는 석상들은 그 이러한 의미에서 발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핵심 기능은 '우의적 장식'의 기능이다.

샤리테 병원의 입구 계획안(Ospedale della Charite'), 불레(boullee),구스타베 타라발(Gustave Taraval)

그런데 그리스 로마시대 부터 지금까지 벽건축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벽감이 건물의 파사드를 구성하는데 무언가 중요한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간혹 성당의 메인 파사드에 석상을 놓지 않은 벽감도 등장하게 된다.

 

벽감을 순수하게 기술적 입장에서 보면 벽 속에 수직적 구조체가 숨어있고 두 개의 수직적 구조체 사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감실을 넣었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이렇게 기술적 의미로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보면서 의구심을 가지질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벽감을 '유추적 장식'의 건축적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유추적 장식

유추적 장식은 쉽게 예를 들자면 '벽의 비례'와도 같은 것이다. 그 본질적 목적은 벽이라는 '기술적 형태'를 '건축적 형태'로 표상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

San Andrea of Mantua,Leon Batista Alberti

벽이라는 것을 기술적 의미 내에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단순히 공간을 나누고 무언가를 세우기 위한 구축이라는 측면만 가지고는 수많은 벽축조의 유형적 방법(가구식, 조적식, 아치식 등)들의 역사가 오랫동안 존속되어온 이유를 증명할 길이 없다.

 

다시 돌아가, 앞서 말한 건축적 형태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사의 많은 건축가들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 오랜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방법은 비례를 통한 벽의 구성이였다. 벽을 세우고 나니 필요한게 채광과 환기였고, 그리하여 창문과 같은 개구부가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그 뒤로  '그렇다면 창문을 어떻게 낼 것인가?' 라는 질문은 건축가들에게 오래된 숙제로 지속되어 왔는데 비례의 원리를 통해 그것을 풀고자 했던 노력이 역사에서 신뢰할 방법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문제는 내부 평면의 문제로 외벽에 도저히 개구부를 둘 수 없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술적 요소인 벽을 건축적 형태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노력 앞에 이러한 장애는 벽감이라는 자연스럽고 역사에 근거를 둔 해결책으로 다가왔다. 개구부는 아니지만 다른 창들과 같은 크기의 벽감을 두어 충분한 깊이와 그림자에 의해 느껴지는 양감을 통해 그 벽의 비례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물론 벽의 비례를 위해 벽기둥을 포함해 르네상스의 파사드의 3분할, 그외 무수한 장식적 요소가 쓰여 왔지만 가장 벽을 벽답게 하는 방법은 필수적 요소인 개구부의 비례를 통해 벽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였다. 왜냐하면 벽에 설치될 건축요소 중 가장 필수적이며, 그리하여논리적 타당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의 역사만 떼어내 보더라도 인류의 역사와 버금가는 대양의 범주를 형성해왔다. 수많은 문제와 해법들이 존재해 왔고 그 안에는 성공한 방법과 실패한 방법들이 존재해 왔다. 건축이라는 것이 건축주 개인의 자산이 아니라 도시라는 공공의 자산이라는 견해에 조금이라도 동의를 한다면 건축가 개인의 철학 혹은 미를 위한 디자인 능력에 좌우되는 선택 보다는 조금 시선을 돌려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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