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6.4.22
https://rationalist.tistory.com/102
[노트] 건축에서 '디자인' 개념의 유입과 혼동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6.4.22 '건축을 말한다'라는 책을 보면 근대에 들어 건축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용..
rationalist.tistory.com
이어서...
이러한 전체적인 연대기 속에서도 이탈리아 건축에서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 20세기를 넘어서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건축계나 학교에서는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탈리아 건축에서는 '디자인'이 아닌 '구성(composizione)'과 '프로젝트'라는 단어로 건축가를 '디자이너'가 아닌 '프토젝티스타(progettista)'라는 단어로 부르며 각 단어가 자신의 명확한 정의와 분명한 역할을 여전히 고수한 채 사용되고 있다.
당시에도 앨리슨과 피터스미스슨 부부는 이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루이스 칸도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명확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비평에 놓일 때 미학적인(특히 시각적 아름다움에만) 측면에서만 다루어지는 한국 건축대학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러한 모호함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로 인해 한국에서 건축 공부를 하며 그런 작금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는데, 그런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문구가 있다.
모네스티롤리라는 건축가가 말하길, '건축이라는 것이 논리적 이성(ragione) 위에 설명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작품을 비평할 수 있는 대상에 놓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건축의 논리를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혹자는 감동을 주는 건축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분은?라고 한다. 가령 로마의 판테온에 들어섰을 때의 그 감동과 완벽함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건축에서의 논리는 도면이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그것을 가지고 더욱 안정적이고 명확하게 이데아가 형태를 갖게 되는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건축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의 형태로 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라는 전제 하에, 건축 형태와 언어와의 관계에 대해 루스의 건축에 대한 정의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숲 속에서 6피트의 길이와 3피트의 폭의, 피라미드형의 삽으로 구축된 묘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엄숙해질 것이고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 무슨 말인가를 할 것이다. '"여기 사람이 묻혀있다." 이것이 건축이다.> _Adolf Loos, Parole nel vuoto
우리가 숲에서 묘를 발견하면 엄숙해 지거나 누군가는 위처럼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묘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6피트의 길이와 3피트의 폭'이라는 구체적인 치수, 즉 분명한 형태에 의해 다른 비슷한 규모의 덩어리들과 구분되며 묘로 인식되어 진다. 매우 중요한 건축의 정의이면서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오늘날 다시금 되새겨봐야 할 정의이다.
오늘날 건축에서 묘는 6피트의 길이와 3피트의 폭의 묘만 있지 않다. 7피트 x 4피트 묘부터 수천 수만 가지의 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건축학교에서는 무엇이 묘인지, 무엇을 묘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묘를 만들때 진짜 묘를 만들 줄 아는 건축가는 드물다. 그리고 묘가 아닌 것을 프로젝트하고 묘라고 부르길 바란다. 그렇게 일반인들은 변기도 묘가 되고, 컨테이너도 묘가 되는 세상 속에 살아간다.
디자인은 현대의 현대인, 전세계 70억 인구에게 동의될 수도 있고, 단 한명에게 동의되더라도 성공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은 1000년 전에 수억명 부터 100년 전에 살던 수억명의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수천 수억명에게도 동의되기를 희망하는 작업이여야 한다. 그래서 건축에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용어가 쓰이는 것을 조심하고 경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고] 건설 시스템의 차이가 부른 공간의 질 차이 (0) | 2020.05.15 |
---|---|
[소고] 논쟁이 늘 피곤한 까닭: 건축가의 경우 (0) | 2020.05.06 |
[노트] 건축에서 '디자인' 개념의 유입과 혼동 (0) | 2020.05.05 |
[노트] 건축 구성(배치)라는 개념에 대해 (0) | 2020.05.01 |
[소고] 건축에서 '암묵지' 개념에 대해 (0) | 2020.04.3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