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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2
100분 토론을 보면 패널끼리 민주적인 토론이 되는 경우도 있고, 중학생 진흙탕 싸움처럼 유치하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토론학에 대해서는 비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토론을 보다보면 패널들 사이에 수준 차이가 본의 아니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시청자 입장에서 토론이 재밌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다.
건설적이고 민주적인 토론에서 있어야 할 시각 차이가 어째서 수준 차이로 변질되어버릴까?
이는 건축이라는 주제에서도 마찬가이이다. 이은영 건축가의 자서전에 프롤로그에 한 일화가 소개된 것이 문득 떠오른다. 기억을 더듬으면 대충 이런 일화이다. 예전 독일의 포츠담광장 현상설계 심사위원들간의 의견을 조율하던 중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분을 참지 못한 렘 쿨하스가 뛰쳐 나가버린다.
엊그제 한 지인으로부터 최근에 자신에게 있었던 건축의 논쟁에 있어서 자조 섞인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건축에 대한 논의를 하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변했던 자신에 대한 자조.
한 건축가가 A=B 라고 말을 했다고 치자.
또다른 화자인 또다른 건축가는 곧바로 A=C인 경우도 있다면 반론을 낸다.
이때부터 재앙이 시작된다.
우리는 A=C인 경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축가의 역량 부족으로 바라볼 것인가?
그렇다고 반론을 편 건축가는 더 나은가?
위 그림은 간단히 만들어본 것이다. 그림에 표현된 것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인자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떠오르는 것만 적어 보았다.
두 화자의 대화는 단순한 말이 오가지만 사실 그 안에는 이 모든 것이 관련되어 인출되는 메커니즘이다. 입에서 나온 문장이라고는 A=B 하나 밖에 없는데도 그 안에는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림에 표현했듯 이런 여러 요소들에는 모두가 수많은 개인차가 있다.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이다. 객관적인 실체에 대한 건축의 논의 조차도 이런 차이들로 인해 진흙탕 논쟁이 빈번히 일어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도 포스팅했지만 건축이 라는 것이 언어로 표현 되는 순간 3차원 정보가 1차원 정보로 변환되어버린다. 당연히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경우의 방안으로 말보다는 도면 혹은 그림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같은 도면을 놓고도 각각 받아들이는게 다르다.
언제부턴가 본인은 같은 분야의 사람과 건축에 대한 얘기를 하기를 꺼려왔다.
앞의 그림처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게 현실이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토론만으로 결론을 얻기에는 건축 자체의 성격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 학문이라는 것을 익히 안 이후부터이다.
그 시간에 계속해서 자신의 지식체계를 다듬어 넓혀가는게
오히려 실패가 적은 안을 하는 좋은 건축가로 성장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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