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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실제로 방문해 피부로 느끼던 두 공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가보지 못하더라도 두 사진을 보고 최대한 상상해볼 수 있겠다.
각 공간에 서 있을 때 어떤 차이가 느껴질까? 사진만 봐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을지도.
이 두 성당의 지붕 유형은 다르다. 공간감은 확연하게 다르다. 본인도 실제로 방문했을 때 느꼈던 차이는 상당했다.
혹자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천장 벽화도 없고 장식도 적지 않은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부수적인 문제는 덮어두고 보다 더 본질적인 부분을 살펴보길 선행해보려고 한다.
알베르티가 설계한 만토바에 있는 산 안드레아 성당은 이탈리아 내에서도 수많은 성당 중에서도 각 도시를 대표하는 그 어떤 유명한 두오모들과 비견해도 최고로 뽑히는 성당이다.
육중한 벽으로 규정된 공간과 반통형 볼트 구조로 덮힌 대공간을 지나 판테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한 돔에서 들어오는 자연스런 빛으로 채워지는 공간의 향연. 신랑(중앙 회랑)인 대공간은 미사 때면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고 빛이 떨어지는 제단을 향해 기도를 드릴 때면 그 엄숙함과 함께 모든 이는 저절로 숙연해질 것이다.
이것이 이 성당의 건축의 목표이지 건축의 목적이다. 그리고 이 성당은 충분히 그 목표를 달성한 듯하다. 반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산 안드레아 성당에 비해서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그것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설 시스템의 차이이다. 두 경우 모두 비슷한 크기의 공간으로 바실리카라는 똑같은 유형의 공간이 선택됐다. 크게 두 가지 차이에 기인한다. 하나는 벽에 관해서, 다른 하나는 지붕에 관해서이다.
벽은 상당히 육중하며 신랑 양옆으로 연속적으로 놓인 채플들이 ㄷ자 형태로 중앙 회랑을 향해있다. 이 공간들과 중앙 회랑과의 관계가 명확하다. 이는 초기 기독교 성당들이나 고딕 성당들에서는 측랑으로 남아 있으면서 복도와 같은 공간이 되어버린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알베르티의 이 시도는 신의 한수였다.
그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쓰였던 바실리카 형식의 성당들 내부에 기둥들로 구성되는 아케이드를 두꺼운 벽으로 대체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바실리카 평면은 비실용적이라고 지적했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중앙 회랑 양측으로 2개의 측랑이 들어서며 이 측랑 부분에 있는 신도들은 열주들에 의해 의식을 볼 수 없었던 불편함이 있었고, 건축적인 면에서는 하나의 바실리카 대공간을 만들기에 이 두 회랑은 그 대공간의 단일성을 무너뜨리고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대공간을 하나로 중심에 두고 측랑 부분을 각 성소 및 채플의 기능을 하는 방들로 바꿔버렸다. 이 ㄷ자의 벽은 지붕의 하중을 전달하며 구조적인 부분을 해결함과 동시에 공간적으로 로마 건축의 거대한 내부 공간 조성 방식에 대한 그의 신뢰를 보여준 대목이다.
알베르티의 신의 한수 -지붕에 관해
지붕 및 천장에 있어서도 역시나 그는 로마 건축에 또 한 번의 신뢰를 걸어본다. 거대한 반원형 볼트로 성당을 덮었다. 이 볼트는 유일하게 바실리카 내부 전체를 덮고 있는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이 지붕은 벽의 필라스터(벽기둥)이 끝난 지점부터 반원형의 형태가 시작된다.
더불어 필연적으로 무게의 경감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집단적인 장소인 바실리카를 표상하기 위한 장식에 대한 문제로서 판테온과 같이 수많은 코퍼(coffer, 천장에 음각으로 파진 부분)들이 생겨났다. 이 코퍼들은 그 자체로 지붕이 지지되는 형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지붕이라는 건축 요소를 개체화(identificazione)시키는 기능을 한다.
반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알베르티에 비하면 무명?에 가까운 두 건축가가 설계했다.(우리에게 알려진 이 성당에 대한 알베르티의 작업은 이 성당의 정면 파사드)
이 성당 내부를 보면 중앙 회랑과 양쪽 측랑 사이에는 다발 기둥들이 놓여있다. 신랑과 2개의 측랑은 각자의 정체가 불분명해졌다. 열주들은 내부 공간을 3등분 하려는 역할보다 구조적인 지지대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해 보인다. 그래서 양 측량은 신도들이 기도에 집중하기에는 불편하며, 복도에 가까운 성격을 갖게 된다.
구조적인 이유와 그 그것의 강조를 위해 다발 기둥들에서 천장까지 그대로 이어진 늑골들로 만들어진 크로스 볼트로 지어졌다. X자의 늑골(rib)이 지지하는 하나의 쉘이 여러 개가 연속적으로 신랑을 덮고 있다. 하중이 흐르는 곳에 늑골이 생기고 그 늑골 사이 사이는 막으로 채워졌다. 쉘 구조 아래 양옆의 막은 벽이라 보기에는 어렵고, 쉘구조에 속한 막인이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둥그런 고측창들이 나게 되었다.
두 건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전체로부터 부분 부분을 훑어봄으로써 건축가의 직능의 차이를 실감한다. 산 안드레아 성당은 그 내부에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 어떤 성당보다 신전으로서의 내부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적이다. 그로 인해 이 성당은 이후로 바티칸의 성 베드로(Basilica di San pietro)성당을 포함해 수많은 성당들과 바로크 성당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 알베르티의 용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더불어 3세기 후 18세기의 불레(Etienne Louis Boullee)의 대공간들의 스케치에서 유독 거대한 반원형 볼트와 돔이 쓰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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