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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공모전] 농어촌의 삶의 형태를 찾아 문화적 맥락 잇기-14: 역사 속의 도서관들

건축 속으로/포트폴리오

by Andrea. 2020. 5. 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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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6.4.19

 

'건축은 우리 이전에 존재한다' 는 이야기가 이탈리아에서 조르지오 그라시(G.Grassi)에 의해서 다시금 언명되는 사건이 놀라운 것은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된 이유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상황은 본인이 막 태어났을, 아니 태어나기 직전의 때로 거슬러 가야하지만 그때의 건축계 상황이 지금까지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건축학교에서는 더이상 건축이론을 가르치지 않는다. 본인이 학부시절 모교만 해도 그렇다. 저학년 때는 디자인을 가르치더니 3학년이 되어서 컨텍스트라는 말이 조금 들리긴 했지만 딱히 이론이다라고 할 것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친구들과 함께 잡지를 사다 이것 저것 아무런 지식이나 쌓고 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개론수업이나 법규, 친환경, 구조, 역사 수업 같은 이론 수업이 아니라 쉽게 말해 건축을 What?과 How?의 문제로 보았을 때 어떻게 짓는지는 가르칠언정 What?에 대한 건축이론 수업은 없었다.

 

상당한 학부시절을 집을 짓는 다고 했을 때, 집이 대체 무엇인지?

도서관을 짓는다고 했을 때, 대체 도서관이 무엇인지, 우린 무엇을 지어야 하는건지?...등 모른채 보냈다.

매번 발간되는 다른 학교의 학생들 작품집을 보면 건축으로 유명한 AA스쿨, 콜럼비아 대학 등 내놓라하는 건축 대학들도 이런 현상에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 거론한 학교들은 학생들이나 교수들 안을 보면 건축을 가르치는 곳인지 의문이 들 정도까지 건축학교 곳곳에는 점점 이런 현상이 고착화 되갈 뿐 변화의 기미가 보이진 않는 듯 하다.

건축가가 자신이 무엇을 짓는 것인지 모르면, 프로젝트는 디자인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프로젝트로 변질되는 것은 당연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설계라는 작업은 생각(이데아)를 형태화 하는 과정일텐데, 그 대상이 부재하니 설계 과정은 당연지사 디자인을 하는 수단으로 도구화되기 때문이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쉽게 말해 건축이 우리 이전에 존재했다면 우리의 도서관 이전의 도서관들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시점을 모던 이후를 중심으로 말이다. 그런 공부를 통해 도서관이 무엇인지 알고, 위험을 안고 새로운 도서관이 필요한지 아니면 증명된 도서관을 반복해야 할지 택할 노릇이다.

 

도서관이라하면 조금은 엄숙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대의 도서관은 지식의 디지털화로 서고와 열람실의 기능이 정보검색실의 기능으로 대체되기도 하면서 여러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건축가들에 의해 그 변화의 시도가 탐구되고 있다.

 

예로부터 지식의 창고로서 시민들의 지혜를 기록으로 남긴 자료들을 보관하고 세대에 걸쳐 전하는 역할을 하던 도서관. 오늘날 어린이 도서관이라면 어떤 것을 머리 속에 그려야 할까?

 

그전에 우리 이전에 존재하던 건축, 우리 이전에 존재하던 도서관을 간단히 나마 스케치 개념으로 살펴보자.

https://rationalist.tistory.com/33

 

[수업] 불레의 건축 정의

2015.2.25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밀라노공대 제 설계반에서는 지정된 책을 읽고 토론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rationalist.tistory.com

그 시점을 깊이 들어가지 않고 불레의 한장의 투시도로 설명을 대체하기로 하자.

불레가 말하길 자신이 생각하는 도서관은 지식 그 자체로 둘러쌓인 극장 내부 외에는 떠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곳에 가면 우리는 수세기의 인류의 지성을 만날 수 있고, 열람하여 과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신성함의 총체인 곳이였다. 건축에서는 이러한 도서관에 대한 전통적인 테마가 그 사전적 정의를 불필요하게 만들정도로 건축가들의 이론과 테마의 세계 속에서 무언의 정의로 계속해서 전해 내려왔다.

 

ambrosiana 도서관(왼)과 Labrouste(오른) 도서관

중세 시대 도시에 도서관의 모습을 보면 거대한 대공간 안에 책으로 가득차 있다. 도시의 공공건물로서 흔한 바실리카형 건물 속에서 건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이 곧 책들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되곤 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기 전에 인간의 지식과 지혜의 보고를 만나러 들어가는 공간은 매우 신성히 여겨졌다.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Erik Gunnar Asplund

과거에 신들을 위한 제를 지내던 신전이 신성한 공간이였다면 인본주의 사상에서는 도서관이 곧 신전과 같은 위계를 가지는 것이 이상치 않다. 시민의 건축을 하려했던 계몽주의의 불레의 스케치에서 그가 주로 시민적인, 매우 공공적인 주제의 건물을 주로 다룬 점은 진정으로 시민의, 집단적인, 도시의 건축을 하고자 하는 소망의 결과였을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테마가 그래서 주로 도시에 지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자연을 거주의 장소로 만들었던 고대인들이 일군 도시에서, 이미 이 건축물은 건축 자신의 형태와 자연과의 관계 사이에 그 미묘한 관계를 얽히고 섥히며 발전해 왔다.

도서관은 통상 책을 보관하는 서고의 기능과 지식의 교환과 습득이 이루어지는 교육,열람의 기능이 이루어지는 건물이다. 도시의 바실리카를 도서관으로 하며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한공간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도서관이 있었다.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세워지는 근대의 도시에서는 더이상 하나의 단일한 공간 유형 안에서만 도서관이라는 테마를 풀려는 억지는 자신의 시대에 대한 소명을 회피하는 건축가일지도 모를 일이다.

근래의 몇가지 대표적인 도서관 프로젝트들을 살짝 언급만 하려고 한다. 보다 깊이 있는 공부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은 그 도시의 특별한 현실에 맞춰 열람실 부분은 ㄷ자의 건물 부분에 놓이며 서고인 원통형의 부분과 구분되었다.​ 원통형 볼륨 내부에는 오로지 서고만 존재하며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외부의 ㄷ자 볼륨은 이 원통을 품으며 이질적인 두 형태를 하나로 만들어 낸다.

​루이스 칸의 Philips exeter arcademy 도서관

그의 도서관과 자주 비교되는 루이스 칸의 도서관의 경우, 자연의 장소라는 상황 속에 놓인 이 건물은 자신의 중심에 척추와도 같은 공간을 두며 자신을 하나의 형태로 귀결시킨다. 칸은 그 공간을 비워두고 모든 나머지 공간은 외부로 열리게 하였고 열람과 서고의 기능을 한 곳에 놓고 있다.

이 건축가는 그러면서도 이 두 기능의 장소를 한데 두는 듯하면서도 구분이 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은 듯 하다. 책장을 내부로 배치하고 -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쇼파를 어떻게 두는지라든가 도서관에서 책장을 어떻게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구를 평면에 그리는 이유는 무슨 공간인지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성격을 정의한다- 이 중심의 빈 공간은 크고 둥그런 개구부를 통해 마치 책들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연출하였다. 열람을 위한 자리 배치는 최대한 외부로 열린 외벽과 가까이 배치하였다.

발렌시아 대학 도서관, G. Grassi

그라시의 도서관은 건물의 중심인 중정과도 같은 공간이 책장으로 완전히 둘러쌓이면서 건물 형태의 중심에서 더 적극적으로 그곳이 도서관임을 드러내고 있다. 건물에서 가장 내부의 내향적인 공간을 온전히 책으로 둘러 쌓아, 가장 신성한 공간에서 방문자로 하여금 책들의 축제를 만끽하게 한다.

​슈르트가르트 도서관, 건축가 이은영

국내에 충분히 알려진  독일의 슈르트가르트 도서관에서도 그 첫번째 목표는 서고의 공간이 팔라쪼의 중정과 같이 건물의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였다. 나머지 공간에서는 다른 부수의 기능 모두를 수용하며 외부공간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설계가 되었다.

누군가는 형태의 문제와 도서관 테마의 문제 둘다 균형을 맞추고, 누군가는 형태의 문제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누군가는 그 둘을 따로 해석해냈다. 건축이 형태의 문제와 테마의 문제, 장소의 문제 등을 고려하며 그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 여러 형태로 드러났음을 살펴보았다. 

분명한 것은 도서관이라는 건물이기에 서고들이 프로젝트 내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주 관건이였다. 

반면 역사에는 테마의 문제에 특별한 운명을 -사실 테마의 문제를 더 고민했다고 해야할지 장소의 문제를 더 고민해야 했다고 할지 애매하다. 그 둘은 사실 구분없이 건축가의 작업 속에 용해된다- ​타고 전혀 새로운 모습의 도서관들도 있었다.

Adriano 도서관

이 고대의 아드리아노 도서관을 보면 앞전의 도서관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해석했다. 아드리아노 도서관은 그림에서 보다 시피 도서관이면서도 정원 건물이였다. 내부 안뜰에는 넓은 정원을 가지고 외부 틀이 되는 부분을 서고로 쓰며 앞선 도서관들과는 두 공간의 배치가 역으로 바뀌었다.

책을 집어 얼마든이 정원에서 산책을 하며 고대의 지식을 탐미 할 수 있었으며 정원 속을 거닐며 심신의 수양을 도모했을 것이다.

도시의 중심에서 도서관이 자연을 품는 하나의 유형이 되는 안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서관이라는 테마 아래 열람의 장소는 얼마든지 자연과의 관계를 갖게 하는 것이 주요 관건이였다. 

​Caracalla 욕장

더 나아가 카라카라 욕장의 경우는 서고를 거의 창고처럼(t부분) 두고 목욕의 기능을 하며 도서관의 열람의 기능을 함께 풀어냈다. 대단한 발상이자 건축의 유형과 테마의 세계가 얼마나 서로 자유롭고 무궁무진한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안이다.

Pescara 도서관, 모네스티롤리  

최근 모네스티롤리의 페스카라 역사 앞 도시계획안은 도시 속에 넓은 광장과도 같은 유일한 집단적인 장소인 '넓은 잔디로 덮힌 장소'를 두고 그 곳에 완전 열린 형태의 도서관을 제안했다.

지붕과 기둥으로 정의되는 전체 형태는 자연을 거주의 장소로 건설하고자 했던 고대인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온전한 자연속에 도서관 테마의 문제를 푸는, 영원한 건축의 숙제를 다루는 것 같아 보인다.

지붕과 열주만으로 신전과도 같은 유형의 건물은 요소들로 부터 건물 전체의 형태가 분명히 열린 형태로 인지되며, 그곳이 공동체와 관련된 공간임을 표상한다.

 

이 경우, 하나의 지붕 아래 서고가 내부로 향하며 형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외부로 열람실을 갖는다. 그 장소의 현실에 가장 적합한 유형에서 출발한 이 모습의 건물 아래의 서고와 열람실이란 구분은 사실 무의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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