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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설계 전반전] 밀라노 도시에 난 구멍에 바느질 하기 (2): 전반전을 마치며

건축 속으로/포트폴리오

by Andrea. 2020. 5. 1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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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1

 

우리에게 주어진 땅은 축구장 필드가 55개나 들어갈 수 있는 가로 750m, 세로 620m나 되는 매우 넓은 땅이였다. 아마 지금까지 본인이 건축학과 학생이 된 이래 해보는 가장 넓은 대상지이다.

나빌리오 운하 시스템은 밀라노의 형태와 아비아떼그라소라는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22km의 운하 시스템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 영역이다. 지도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이 운하 근처의 모든 도시 조직들은 그 질서들이 모두 운하를 따르고 있다. 그만큼 밀라노라는 도시를 설명하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나빌리오 운하로부터 우리의 대상지까지는 2.2km의 큰 대로가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졸업 설계 전반전'이라고 명명한 이 도시 프로젝트는 대상지로 주어진 대지에 적합한 볼륨들의 배치를 완성시키는 것이다(구성요소가 되는 볼륨들은 시에서 주어진 지침의 용적률을 따라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그 배치를 찾아내는 작업은 구멍이난 옷을 꿰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어느날 생뚱맞게 어느 건축가가 와서 '이거요'하고 바느질을 내놓을 순 없는 것이다. 밀라노가 병상에 누운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고 치면, 환부에 아무 가죽이나 가져다 이식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밀라노의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혜안이 필요한 긴 여정이다.

최종 볼륨 배치

주어진 땅의 용도는 주거 단지로써 50% 이상이 녹지가 되야했다. 밀라노의 외곽을 둘러싸는 커다란 녹지벨트가 계획되어 있는데 이 링을 따라 신축되는 주거 단지는 많은 녹지를 품고 계획될 것을 지침으로 따르고 있다.

그것은 행정적인 지침의 문제만이 아니였다. 주거라는 테마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은 오랜 건축의 숙원 사업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인류가 동굴에서 나온 이래 도시를 건설하며 언제나 건축의 가장 중심에는 거주 영역과 자연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Adalberto Libera가 설계한 Villa Malaparte, 바다를 만나는 절벽이 거주의 장소가 되었다.

집을 떠나 도시의 규모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층수가 기본적으로 몇십층이 되는 고층주거가 탄생하면서 이 새로운 주거 유형을 자연과 어떠한 관계로 풀 것이냐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이 과제는 여전히 현대의 건축가들과 도시계획가들에게 이전된 듯 하다. 이렇듯 '주거'하면 '자연'을 빼놓을 수가 없는 일종의 숙명적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장소 주변 상황에 적용 가능한, 규모적으로 비슷한, 적용가능한 배치 원리 등을 고려하며 연구 사례들을 공부했다. 고대의 건축가들이 꿈꾸었던 '이상도시' 모델들부터 19세기 도시 모델들까지 우리는 면밀히 탐색하였다.

그 중에서도 4가지의 사례가 가장 우리의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

1.미스(Mies)의 시카고 라파예트(Lafayette)

이곳에서 새롭게 만난 미스나 꼬르뷔제는 매번 건축에 대해서 고민 할때면 깊은 심연 속에서 그들의 작품들로 하여금 내게 찾아와 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같은 존재였다. 때가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속삭이는 내겐 밤의 요정?같은 동반자들이였다.

미스(Mies)의 시카고 라파예트(Lafayette) 주거 단지 프로젝트
라파예트(Lafayette) 주거 단지 프로젝트 조감도
라파예트(Lafayette) 주거 단지 프로젝트 배치도

첫번째는 미스와 그의 오랜 친구 힐버자이머의 미국 시카고에 건설된 라파예트(Lafayette) 주거 단지이다.

시카고의 도시 외곽 넓은 평야에 있던 기존의 격자형 도시 조직 위에 12000명의 거주인을 위한 새로운 주거 단지 모델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반 이상이 실현되었다. 프로젝트 배치의 중심에는 전체 땅의 25%를 차지하는 라파예트 공원이 놓인다. 그리고 그 나머지 공간에는 녹지를 기본으로 하면서 고층 주거와 저층 주거라는 두 개의 유형의 집들을 제시하였다.

도시계획가 힐버자이머의 주거 단위 연구 

라파예트 공원은 프로젝트의 척추와도 같은 핵심 뼈대가 되어 상위 위계를 구성한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고층주거와 정원을 갖는 저층 주거들로 구성된 하나의 유닛이 반복되어 주변부를 구성한다. 전체에서부터 소단위 가족들을 위한 작은 정원을 갖는 주택들의 내부구성까지 모든 것의 중심에는 주거와 자연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였다.

힐버자이머의 동일한 수용능력 하에 여러 주거 단위의 대안들

고층 주거가 위치하는 자리, 그리고 그들의 역할. 유닛을 구성하는 볼륨들의 서로간의 구성원리 등 라파예트 프로젝트는 본인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지난날 이 라파예트 프로젝트를 몇달간 공부하며 느꼈던 그 행복감을 잊을 수가 없다.

이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알아갈수록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은 놀라움과 그것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얀 밤을 새웠던 시간들. 또한번 미스라는 건축가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하며 혼자서 속으로 탄성을 몇번을 외쳤던지.

2.르꼬르뷔제(Le Corbusier)의 뮤(meaux) 프로젝트

르꼬르뷔제(Le Corbusier)의 뮤(meaux) 프로젝트
르꼬르뷔제(Le Corbusier)의 뮤(meaux) 프로젝트

미스 못지 않게 유학 기간 3년 내내 본인을 감동시켰던 또다른 건축가가 르꼬르뷔제였다. 한국의 건축대학에서도 진부하게 들었던 그였지만 어쩌면 본인은 그에 대해 십분의 일도 알지 못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뮤(meaux) 프로젝트 또한 라파예트 프로젝트 못지 않게 깊이 들어가 이해할수록 마치 행복으로 이끄는 세계 같은 것이였다.

쓰다보니 오늘 포스팅이 삼류 환타지 소설이 되가는 것 같다. ^^;

3.피에르 보토니(Piero Bottoni)의 QT8 단지 프로젝트

 

Piero Bottoni의 밀라노 QT8 프로젝트
Piero Bottoni의 밀라노 QT8 프로젝트 배치도

세번째는 이탈리아 건축가인 피에르 보토니의 QT8 프로젝트이다. 르꼬르뷔제의 정원과 도시 개념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프로젝트이다. 이 역시 밀라노 북서쪽 지역에 오리지널 계획과는 조금 상이하지만 실제로 실현된 프로젝트이다.

보토니는 모네스티롤리나 그라시 그 이전 세대의 밀라노 건축 세대이다. 그의 도시 프로젝트들과 건축 프로젝트들은 이탈리아 뿐만이 아니라 유럽 여러 건축에 영향을 미쳤다.

4.모네스티롤리(Monestiroli)의 스칼로 파리니(Scalo Farini) 단지 프로젝트

마지막 프로젝트는 모네스티롤리의 스칼로 파리니(scalo farini) 지역 재생 프로젝트이다. 밀라노의 버려진 철로 근처 공장지대를 주거 단지로 재계발하는 사업이 몇십년을 거쳐 밀라노 건축가들의 실험대에 오르고 있다.

A.Monestiroli의 Scalo Farini 프로젝트
주거 유닛, 이 유닛이 작은 차이들은 있지만 반복된다.

이 4개의 프로젝트를 대표로 그외 몇가지 기타 프로젝트들은 졸업 설계 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단지 규모의 도시 프로젝트를 이번에 진행하며 이 4개의 프로젝트들과의 만남은 본인의 건축 세계 형성에 있어 큰 자국으로 남을 듯 하다.

우리의 땅으로 돌아와 기존 대지에는 몇개의 기존 건물들이 철거 불거, 문화재 보호 대상 등으로 설정되어 있어 이를 고려함과 동시에 단지 전체에 적합한 해답을 찾아야 했다.

그 여정에 있어 몇가지 큰 변화가 있었던 단계들을 실어본다.

초기 배치

중앙의 공원은 나빌리오에서 오는 도시의 축과 대상지 뒤의 AC밀란의 메아차 경기장으로 부터 오는 축이 만나는 장소가 되고 이를 중심으로 우리의 주거 단지의 판이 짜여지게 된다.

아주 넓은 이 공원은 셈피오네 공원보다 조금 더 큰 규모로 설정되고, 밀라노 시민들을 위한 집단적인 장소이자 광장과도 같은 공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중반 이후 배치

본격적으로 고층 주거에 대한 연구와 함께 탑형 건물이 될 볼륨의 가새로 우리의 배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탑형 볼륨 + 낮고 긴 막대형 볼륨 3개가 만드는 유닛은 프로젝트 전체 영역에 반복되면서 공원을 중심으로 짜여지는 전체 형태의 부분들을 구성한다.

반복되는 기본 유닛

내부로는 자신들만의 독립적이면서도 열린 녹지를 갖는다. 이 열린 내정은 그들만의 작은 광장 같은 것인데 이러한 구성을 갖는 유닛은 이탈리아 정주 문화의 그 중추에 해당한다.

외부로 시야를 바꾸면 각각의 볼륨들은 제각기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탑형 볼륨은 총 5개가 배치되며 중앙 공원의 장소를 규정하는 가장 상위 질서를 형성한다.

당시에 탑들 사이의 거리와 관계등을 찾으며 여려 조합들을 시도했는데 그들을 조합시키면서도 각 유닛들이 완성되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충족하는 조합을 찾는 여정 또한 만만치만은 않았다.

열린 내정 속에 담으로 둘러 쌓인 작은 집(casa schiera)들이 놓이는 실험

전체 틀에 대한 배치가 확신으로 바뀌는 과정에도 또 한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했는데 그것은 공공건물들의 배치였다.

주어진 용적률을 위해 우리는 몇개의 공공 건물이 될 볼륨들을 배치 해야 했는데 이들은 공공적이라는 성격에 의해 중앙 공원(중앙 광장)의 중요한 자리를 선점하면서도 단지 외부로나 단지 내부 자체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을 규정해야 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다.

몇개의 변형들이 더 가해졌다.
계속해서 다듬어 가는 과정
최종 확정 배치

에필로그

그때의 보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마 최종 배치를 찾아냈을 때만큼은 지난 이탈리아 유학 기간 동안 학교에서 당했던 설움이나 힘들었던 학내 생활이 보두 보상 받는 느낌이였다.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 또한 한층더 투터워질 수 밖에 없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나 언젠가 내 삶에 있어 20대 말년에 보낸 이탈리아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이 내 커리어에서 득보다는 해로 느껴지는 시간이 혹시라도 찾아올망정 이때의 baggio 땅 위에 찾아낸 배치에 대한 확신과 보람은 그것들을 모두 면죄할 수 있는 그런 뜻깊은 것으로 영원히 남을 거란 생각이든다. 그런 생각으로 졸업 설계 전반전에 대한 후일담이랄까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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