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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15
건축을 하다보면 뛰어난 한명의 건축가에 의해 진행될 경우도 있지만 팀으로 진행될 때도 있다. 유학와서도 현재 하고 있는 논문설계도 팀작업이다. 건축만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패션이나 다른 전공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도 조별로 하는 협업일 경우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지 그렇겠지만 남과의 작업에서는 조직력 혹은 팀웍이 좋아야 한다. 마치 하나의 축구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두가지 현상, 조직력이 좋으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브레이크 거는 이가 없어 함께 탄 배가 좌초될 때가 있다.
10년 동안 공동작업에서의 조율과 타협에 대해 고민하고 씨름해왔지만 이곳에서도 피차 다르지 않다. 참 어려운 문제다. 나만 잘해서도 안되고 다같이 못해서도 안되는. 늘 상향 평준화를 지향하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다.
유학생 입장에서는 조원들과 동등한 급우인 입장에서 함부로 본인 생각을 강요할 순 없다. 나의 논문은 곧 다른 조원의 논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고 치자. 그 중에 이 길을 갔을 때 그 끝이 막다른 길이라는 것을 아는 조원이 있다. 그 조원은 위험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설파를 하지만 나머지 구성원들은 수긍하지 않는다. 결국 그 그룹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가게 된다. 이 길의 결말은 함께 탄 배가 좌초되는 것이다.
그 좌초되는 것을 막기위해 목청높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해야 하는가?
용단을 해야할 때와 정도를 지킬 줄 아는 때에 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조별 설계 작업을 하다보면 수영장 건물을 위한 스터디가 있었고 본인은 하나의 형태로 잡아갈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런 과정을 생략한채 이미 80% 짜여진 수영장 평면을 완성해 가져왔다.
본인이 수준에서 보았을 때 적용시키기 어려운 평면이였다. 문제는 이럴 때이다. 같은 조원에게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하기가 어렵다. 그 친구는 분명 며칠동안 머리를 싸매가며 그리고 그려서 완성시킨 평면일 것이다. 그 수고를 알기에.
현재 본인과 같은 설계반이 있는 원어민 친구들은 3년의 학사를 마친 학생들이라 아직은 설익은 느낌의 작업물들을 종종 본다. 본인도 부족하여 오른 유학길이지만 3년 동안 이런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 중에서도 두가지 경우에 따라 대처가 다르다.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거나 조원의 생각이 도면으로 잘못 드러났을 때는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설명한다. 이 경우는 이미 그 도면 속에 잘못된 것이 이미 드러나 있을 경우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고 잘 설명만 한다면 상대방도 받아들인다.
문제는 그 문제점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경우이다. 그래서 상대방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미래에 문제가 될 것을 이미 알 수 있는 경우이다.
예를들어 평면 개념을 짜들어가는데 도시 배치와는 개념적으로 맞지 않게 스케치가 되어 있다. 이 평면은 지금은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다음단계 그리고 그 다음 단계, 몇주 후 혹은 몇달 후에 분명 문제가 될 것을 안다고 치자. 이런 경우 그것을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 이미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선에서 수정하능한 부분은 즉시 고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 대개는 하나의 대안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며, 포기보다는 크리틱 당일 날 교수님들에 의해서 크리틱 통해 안을 수정하게 되거나 안을 아예 버리게 되거나 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본인의 생각에는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는 더 확실하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배우게 되고, 본인 또한 이미 아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한번 더 검증된 설명을 들으며 더 확고하게 복습하는 듯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지금 포스팅에서 보여주는 수영장 설계 대안 1과 대안 2, 이렇게 두개가 있는 이유도 비슷한 경우였다.
대안 2의 평면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개념과는 애시당초 달랐다. 크리틱 당일 교수님께는 대안 1로 할 것을 조언하였다. 문제는 이 이후에도 그 친구는 대안 2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교수님은 상기 스케치를 하며 대안 2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스케치를 참고하며 다시 처음부터 생각할 것을 권고 했다.
이런 과정은 해외로 나와 공부하는 유학생들이라면 한번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이 친구는 크리틱 이후 기분이 많이 언짢았나보다. 혹시라도 교수님께 보여드리기 전에 우리 선에서 자가 크리틱?을 했다면 교수님께 크리틱 당해 기분이 언짢아지는 사태는 막았을까?
협업에서 용단이 필요할 때와 조용히 정도를 지켜야 하는 사이의 문제는 참 어려운 것이다.
12월 졸업을 목표로 우리의 배는 여러번 위기도 있었고 갖은 풍랑에도 여전히 순항중이다.
스트레스도 많지만 어느 일이 그렇지 않으랴.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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