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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기능이 수용 가능한 형태, 형태가 수용 가능한 기능_꼬르뷔제 vs Luigi Carlo Daneri

건축 속으로/거장들의 작품 세계

by Andrea. 2020. 4. 1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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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서쪽의 제노바라는 항구도시를 향해 가다보면 해안가 언덕에 몇 개의 띠처럼 보이는 건물군이 눈에 들어온다. Luigi Carlo Daneri라는 건축가의 CASA FORTE QUEZZI라는 프로젝트이다. 그는 20세기 초 합리주의의 아이콘이였던 도시설계가 Marcello Piacentini의 제자이기도 하다. 

 

CASA FORTE QUEZZI 프로젝트,  Luigi Carlo Daneri

그의 이 길다란 형태가 돋보이는 프로젝트의 테마는 소셜하우징이다.

"social housing". 소셜 하우징 하면 단순히 저렴하게 공급되는 임대 주거라고만 생각한다. 이 주거형태는 기능에 의해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단일 건물(혹은 단지)의 주거 안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들을 공급받는 주거형태로 이러한 기능이 얼마만큼 도시의 물리적 영역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의 유형이다.

 

나아가, 그 건물 안에 공동세탁소 같은 작은 기능이 위치될 수도 있고 광장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물리적 장치들을 수반하고 있다.

 

Daneri의 스케치

산업사회와 함께 도시의 급팽창이라는 과제를 두고 당대의 수많은 건축가들이 도시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건축가로 우리가 잘 아는 꼬르뷔제가 있다. 우전 Daneri의 안부터 살펴보자. 

뒤쪽으로는 산이 반대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쪽 전면으로 발코니를 두었다.

 

협곡처럼 자리 잡은 산등성이에 몇 겹의 띠를 형성한 집합주거이다. 언덕의 대부분의 건축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같은 레벨의 등고선을 따라 배치가 되었다. 긴 띠가 휘어진 모습은 등고에 의한 것으로 등고를 따를 경우 레벨차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가장 경제롭게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느정도 동의하고 넘어갈 수 있다.

분명하게 배면과 정면의 열림과 닫힘이 적용되었다.

 

발코니, 열림과 닫힘 등 여러 조건을 수용하면 건설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추한 건물 100에도 뽑혔던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 사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연과의 관계도 정확히 설정되었고, 긴 띠에 수 백명의 주거 기능을 놓은 고민도 가능할 법한 아이디어 인데도 무언가 와닿지 않은 안으로 보이는 이뉴는 무엇일까?

 

그 기능과 이 긴띠라는 형태는 물과 기름처럼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르꼬르뷔제의 안을 살펴보자.

 

Le Corbusiers' Plan Obus,1931

해안을 따라 긴 띠의 건물을 살펴보면 Daneri와 같은 유형이다.

기능도 주거이다.

 

꼬르뷔제의 스케치를 보아도 그가 긴 띠 모양의 단일한 형태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의 수많은 도시계획 안의 한 가지로 볼 수 있다.

 

형태만 보면 recinto(담쌓기) 원리의 극한까지 끌고 갔다. 둘다 모두 긴 수평의 띠에 양적 도시를 수용하고자 노력했다.

 

이 배치도를 보면 꼬르뷔제의 이 긴 띠는 무슨 목적을 지향하고자 했는지 가늠지어 볼 수 있다. 이 띠를 따라 또다른 거대 도시를 관통하고 중간지점에는 또다른 형태의 도시 조직이 이 띠에 의해 보호 되며 마지막에 항구의 기능을 하는 도시와 끝을 맺는다.

 

각 도시들을 기술적으로만 잇는 도로는 이 긴 띠의 건물과 분리되어 가장 경제적인 단거리로 설계되어 있다. 물론 긴 띠의 주거 건물 안에도 차가 다니며 사람이 내리고 탄다. 긴 띠가 하나의 매우 긴 수평적 도시라도 했을 때 이 형태가 각각 다른 형태의 대도시를 형태적으로 이을 수 있는가를 연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Daneri의 안에서의 띠는 도시를 서로 잇는다거나 하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긴 띠의 양 끝 부분은 일반 건물처럼 끝난다. 그럼으로서 이 긴 띠, 이 형태의 최상위 존재 이유는 수백명을 단지 한 건물 안에 수용하겠다는 일차원적 의미만 남게 된다.

 

Daneri 안에서는 수백명을 수용하는 거대하고 긴 띠로 남았고 꼬르뷔제의 안에서는 도시의 연결이라는 기능을 하는 긴 띠 형태의 장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남게 된다.

 

물론 꼬르뷔제의 이 안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그런 조건에서 Daneri와 비교하자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두 안을 보며 평소에 고민 하던 주제 중 하나인 기능이 수용 가능한 형태와 형태가 수용 가능한 기능이라는 주제가 떠올라 포스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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