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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와 로마의 포룸이라는 두 유형의 광장을 시작으로 두 갈래로 살펴보고 있다. 오늘은 다시 시간을 훌쩍 뛰어돌아와 오늘과 가까운 시대에 건설된 도시와 건설은 중세에 이루어졌지만 현대에도 생생히 살아 기능하고 있는 현대적인 도시 하나를 살펴보자.
미리 말하자면 오늘 살펴볼 두 광장은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광장! 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런 텅빈 공터의 광장은 아니다.
그동안 간략하게나마 소개해왔던 광장의 원리들을 보면 결국 광장의 원리라는게 말 붙이기일 뿐, 광장의 구성 원리나 도시의 구성 원리나 작은 집의 구성 원리나 그 저변에 흐르는 어떤 공통 분모와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번째 광장 아니, 도시는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지역에 위치한 곳이다. 에그-모흑뜨(Aigues-Mortes)라는 소도시이다.
다소 생소한 도시로 간단하게 개괄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에그-모흑뜨(Aigues-Mortes)라는 도시명은 고어 오크어로 '죽은 물', '죽음의 물'의 의미이다. 프랑스 남부의 도시 님(Nîmes)에서 35km 떨어진 8200여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소도시이다.
1268년 이 성벽을 짓기 위해 당시 수입 물품에 매겨지는 비율당 관세로 비용을 마련해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얼마 안가 루이 9세가 죽을 때(1270년)에는 성벽의 기초 부분만 남아 있었다. 이것을 그의 아들 필리프 3세가 이어서 건설하게 된다. 그러다 그마저도 아라곤왕과의 전쟁에서 패하며 목숨을 잃고 공사는 또 중단이 된다.
지정학적으로 프랑스 남부에서 이탈리아의 좌측 해안을 아우르는 해상 진출의 발판이 되는 지역으로 그 중요성이 컸다. 1285년에 다시 그의 아들 필리포 4세가 다시 공사를 재개한다. 마침내 14세기 끝에 가서야 완성이 된다.
사각형의 꼴을 한 성벽은 1,634m의 길이로 이어진다. 필요한 위치에 탑과 성문이 만들어지며 완벽한 요새화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내부의 도시는 오늘 날에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앞선 여러 포스팅에서 벽으로 둘러싸기(recinto)의 원리로 장소를 규정할 때는 규정하는 장소의 거리폭과 벽의 높이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다고 했다. 이 경우는 텅빈 광장이 아닌 건물들로 꽉 차 있는 상황에 의해 그 공식이 조금 달라진다.
에그-모흑뜨의 성벽은 대략 11m의 높이를 가지며, 탑들은 대체로 이보다 5m가량 더 높다. 그리고 내부 도시의 주거 건물들은 대부분 2층의 높이를 하고 있다.
에그-모흑뜨의 벽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완벽하게 내부 도시의 건축물들을 가리고 있도록 높이가 설정된다. 여기에 성벽 곳곳에 탑들이 보다 높게 솟아 있게 되면서 도시의 참고점(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들에 의해 도시 어디서도 언제나 자신이 어딨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번에는 한국의 대전으로 가보자. 대전 시청사 부터 만년동까지 7개 정도의 동 단위로 구성된 이 넓드은 단지는 도시 계획이 잘 되어 있는 도시 중 하나다.
건축가들의 표현을 빌어 이 전체 단지는 자신만의 분명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보다 큰 질서가 중심을 잡고 나머지 도시의 부분들이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그에 종속되는 하나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그 명확한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도시의 공원이나 광장과 같은 공공 장소들 그리고 나머지 주거 영역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 점에서 이 대전 시청 일대 계획안은 더욱 눈에 띈다. 그 구분이 아파트에 아파트라 써붙이고, 시청에 시청 간판을 걸어서 구분되는 얘기와는 다르다.
이곳은 주거 영역과 공공영역이 건축들에 의해 구분되고 있다. 건축들로 인해 인식된다. 각 건축의 형태는 전체의 부분으로서 충실하며, 어디가 정주문화가 전개되는 장소인지, 어디가 집단적인 성격을 가진 보다더 공동체적 장소인지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 정부 청사부터 대전 시청 까지 이어지는 중앙 공원이 이 전체 마스터 플랜의 척추와도 같은 상위 질서를 설정하고 있다.
이 장소를 광장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스, 로마의 광장을 떠올려보면 광장을 최초에 만들때 보다더 공공적인 성격의 건물, 보다 더 중요한 의미의 건물이 광장을 형성한다.
이 대전시의 경우도 4개의 탑으로 된 정부 대전 청사 부터
은행 건물, 한국 토지 주택 공사, 대전 지방 검찰청, 대전 지방 경찰청, 법원, 주민센터, 충청 우정청
대전 광역시 교육청, 노동청, 구청, 그리고 반대쪽 끝의 대전 시청 타워까지 모든 공공의 성격을 가진 건물들이 형성하고 있다.
그 중심축은 특정 높이와 넓이(현재 설정된 높이나 볼륨의 크기는 재고할 여지가 다소 큰 듯하나)를 가진 쌍둥이형 탑과 4개의 그룹으로 된 탑들이 시작과 끝에 세워졌다. 그외의 광장을 형성하는 다른 건물은 각자가 자신들의 광장(마당)을 가지며 이 공간은 중앙 공원으로 열려 있다.
나아가 그 외곽으로 아파트 단지들 역시 동간에 자신만의 광장과 같은 공간을 가지며 이 장소들 또한 중심을 향해 열려 있다.
이러한 전체 배치 속에 각 건축물 프로젝트까지 깊이 들어가면 여러 가지 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대전 시청 시가지는 개개의 건축 이전에 전체 볼륨들의 배치에 의해서 부분과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 인지됨으로서 큰 그림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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