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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대담] 안토니오 모네스티롤리에게 묻는 33가지 질문-1번째

건축 속으로/건축 이론

by Andrea. 2019. 12. 3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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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는 Antonio Monestiroli(이하 AM)의 말년에 Federica Visconti(이하 FV), Renato Capozzi(이하 RC)와 있었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대담을 엮은 것입니다. 그들의 치열한 문답은 한 건축가의 개인적 건축철학에 대한 응변을 넘어 현대건축을 향한 날카로운 각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RC, FV: 

첫 번째 질문은 아주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보여지는데요. '건축은 과학입니까? 아니면 공예(영어의 craft의 뜻에 가깝다, 혹은 expertise)입니까?' 이탈리아 대학들의 변혁이 이루어지던 여명기 시기, 베네치아 대학에서 마씨모 까치아리는 하나의 규범을 언급하였습니다.

 

<<[...] esattamente sulla soglia, al confine: scientia, senza dubbio,
in quanto numero, forma e collocatio, costretta, a differenza di altre technai, a riflettere sui propri principi>> 

 

<<[...] 엄밀히 말해 양극 접점, 경계에 있습니다. (건축이 공예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의심할 여지 없이 '과학'입니다,
(과학에서) '수'를 보면 한 특정 형태와 자신의 고유한 배열을 가지는데 그런 점에서 -여타 기술들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의 원리를 반영해야하는 의무를 진 '과학'입니다.>>

AM:

여러분의 질문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전에 서언을 좀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기쁜마음으로 이 인터뷰에 동의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논할 줄 안다는 것, 자신의 작업의 원리원칙을 설명할 줄 안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이 점에 주의를 두면서, 학문의 영역을 벗어나 현재 유럽 내에서, 어쩌면 세계 곳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건축가들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건축 역사 전체를 통틀어 전무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그들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현대 시대에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에 대해 설명하지 않습니다. 작품들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습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밀라노라는 도시가 계획될 당시만 해도, 그리고 발레스카 또레(Torre valesca)가 지어질 때만 해도 에르네스토 로저스(발레스카 아파트를 설계한 건추가)는 이 건물에 대해 몇 페이지에 걸쳐 글을 썼습니다. 그 프로젝트들의 원리와 논리들, 재료들, 형태에 관해서 말입니다. 반면에 오늘날 그 누구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어떠한 서술도 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이게 매우 미스테리하게 느껴집니다. 어찌되었건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들이 하는 대상에 대해 논한 다는 것은 전적으로 필수적이며, 당연한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바로 이 문제가 곧 여러분이 처음에 제게 건축이 과학인지 공예인지 물으셨던 질문인 것 같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면 건축은 공예입니다. 왜냐하면 건축은 작품에 한 볼륨 덩어리를 요하며, 건축은 '건설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보다 나은 정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행해질 수 있느냐'의 문제만이 아닌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서술을 해야만 한다는 점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설득력/논리/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형태가 나왔는지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택이 있기까지 어떤 이유들이 있었는지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주 직접적으로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이상 '건축'에 대해 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극소수의 건축가만이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건축은 하나의 배신당한 공예(mestiere tradit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볼때 많은 현대 건축가들은 '건축'이라 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그것들은 그저 좀 복합적인 건설물들이며, 형태의 관점에서 사람의 시선을 매우 혹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선전성 건설물', '말하는 건설물' 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건설물들은 -그들의 의미에 대한 것이 아닌- 전혀 다른 것들에 대한 것들입니다. 이 건설물들이 '건축'아닌 전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건축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것은 바로 더이상 그들이 '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저는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관계들 속에서 프로그램이란 걸 읽어내고, 기능이란 걸 읽어내고, 건물들이 지어진 형식만을 읽어낸다고 봅니다. 우리는 더이상 건물의 의미, 왜 건축가가 다른 선택들이 아닌 그러한 선택들을 했는지를 읽지 않습니다. 만약 이것이 서언이라 친다면 우리는 하나의 문제만을 논할 조건이 아닌 완전히 제외되었던 문제까지 풀어야한다는 정말 어려운 조건을 마주하였네요. 이 조건 하에 '건축'의 의미로의 회귀나 -회귀라는 말이 너무 구식적이라 쓰고 싶지 않다면- 새로운 건축을 향해 진보하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이루어지게 할 방법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건설물들의 세계는 -다시 반복하지만 '건축'이 아닌- 더이상 '건축가'들의 손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직업으로서 건축을 하는 자'들의 손에 있지요. 이 모든 것들은 교육과 작업 사이의 관계 내에서 논한다면, 저는 소수의 입장을 말하고자 함에 있었습니다. 아주 미약한 그룹이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지고 교육에까지 연장시키고 있지요.


건축가 및 건축이론가와의 일대일 인터뷰를 모아만든 Clean scarl사의 SAPER CREDERE IN ARCHITETTURA 시리즈의 43번째 권 'trentatrè domande a Antonio MONESTIROLI'를 번역한 것입니다. 다소 오역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적사항 및 오역이 있을 경우, 누구든지 소중한 의견 남겨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추후 발견되는 오역은 계속해서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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