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8
2년 장도의 시작은 각 학생들의 각자 해왔던 지난 작품들을 발표 및 소개. 나 또한 한국에서 고민해왔던 프로젝트 2개를 소개하였다.
이후 주어진 과제는 이탈리아 북부의 isola Monte 라는 호수의 섬에 휴가 때 가서 쉴 빌라를 설계 프로젝트.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조건들이 있다.
- 2명 ~ 한가족 단위 정도를 위한 빌라
- 도시나 도로 같은 요소를 고려치 말고 자유롭게 아무런 제한 없이 설계해 볼 것
- 주어진 넓은 대지에서 원하는 장소를 택할 것
- '집'이란 무엇인가? 라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있어야할 것
- 손으로 하는 작업을 선호
- 기간은 1주일
무엇보다도 교수님이 이번 과제를 통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요구한 것은 '집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가 내려보는 것이다. 나아가 2년동안의 배움을 통해 '건축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건축가는 무엇을 해야야하는 사람인가?'라는 답에 도달하는 긴 여정이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는 호수가 많음. 그 중 밀라노와 베니스를 가로 지르는 지역의 있는 호수 중 하나이다.
섬은 가파른 산악지형. 섬 높은 곳에는 성당도 있고 호숫가로는 집들이 형성되어 있음. 호수를 둘러싸고 작은마을 들이 군집되어 있으며 우리의 대지는 북서쪽 지점.
나는 저녁 시간 잠깐동안 전혀다른 세상의 색깔을 보여주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사소할지라도 서향을 바라보는 방이 있기를 바라면서도, 건강한 집이 되기위해서 일조와 경관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려 했다.
집은 도시민으로서의 도시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삶을 마치고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삶의 서로 다른 두 공간이라는 점에서 도시적 장소의 대척점에 위치한 굉장히 사적인 장소를 뜻한다.
우리네 힘든 일터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집을 특별한 장소로 여긴다. 그곳에는 사랑의 장소이고, 환희의 장소이고, 내 존재의 이유를 이따금 깨닫게 해주는 마치 엄마의 자궁과 같은 중요하고 소중한 장소이다. 집을 지킨다는 것은 나의 가족을 지킨다는 의미와도 같고 집을 떠나 이사한다는 것은 내 삶의 터전 자체를 바꾸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건축가가 오늘도 누군가의 소중한 이 장소를 프로젝트하고 있다. 언젠가 건축가가 되면 나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런 중요한 의미들을 간직한 채 누군가의 집을 설계할 때는 적어도 후회없고 내가 설계한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타인의 가족을 바라보며 내 삶의 에너지 또한 재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곳 몇번의 큰 전쟁을 거치면서도 큰 소실 없이 유럽건축의 오랜 역사를 가장 잘 보존하고 오랫동안 재연구해오고, 그것들을 잘 성문화하여 그것으로 재교육을 하고 있는 유럽에 있다. 이 시간들을 통해 내가 다가가고자 했던 내 질문들의 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바람이 아니라 그렇게 진전되야 할 것이다. 건축은 휘날리는 바람이 아니라 100년 넘게 혹은 수백년 넘게도 그 자리를 지키는 고목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 '집' 이란? (건축적 정의): 가족공동체의 집단적 장소와 개인적 장소의 관계가 드러난 명확한 형태.
* 테마의 문제: 집도 하나의 작은 도시이다. 가족이 다같이 모여서 집단적 행위가 일어나는 공적인 장소와 그에 비해 사적인 장소들(ex 방들)의 관계가 장소에 따라 여러모습으로 형태화된다.
* 장소의 문제 레퍼런스: 팔라디오의 Emo 와 빌라 로툰다. 분명 이 두 건물은 도시가 아닌 전형적인 전원 속 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도시의 집인 '팔라쪼'와 구분해 '빌라'라고 부른다.
일주일간 고민하며 내가 정리한 상기의 나의 생각들은 몇주간 수업을 통해 더 고민하여 수정되고 고쳐졌다. 이는 계속해서 포스팅해나갈 것이다.
장소의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형태를 연구하였다. 북서쪽으로 위치한 호수를 향해서는 열려있는 공간을 두려했고,
반대편은 숲을 조성해 숲속에 있는 많이 열려 있는 공간을 두었다.
나무라는 요소는 분명 자연적 요소이다. 늘 이 자연적 요소가 건축적인 힘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 지를 고민해 왔다. 나무숲, 숲기둥, 나무벽 등등 여러 산물들이 있다.
숲 속에 있는 공간들은 최대한 개방된 형태로서 나무들 자체가 벽이 되어 공간의 밀도를 형성하고 집에 속한 공간은
온전히 자연 속의 있도록 느끼게 하는 공간이 되게하였다.
무엇보다도 이런 장소의 문제로 인해 인출된 이 두가지 상반된 형태를 하나의 형태로 담아내는게 어려웠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다보니 과정에서 여러 형태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버려지고 채택되어지는 수많은 여러 형태의 스케치나 모형들을 보다보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형태의 세계는 창의적이고 무한한 우주처럼 팽창하는 사전이다. 그런데 그 사전에서 내게 필요한 형태들이 인출되어 내 앞에 나타난다. 현실과 다른 점은 색인을 보고 ㄱ,ㄴ,ㄷ,... 을 따라 쉽게 쉽게 찾아 쓸 순 없고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서만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평소에 늘 이 사전 공부를 손에서 놓아서는 안되고 적재적소에 적합한 형태를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쨌든 운이 좋게 일찍이 만족스런 형태를 만나게 되었다.
전체 배치는 호수(좌측)와 숲(우측)에 의해서 집이 놓여졌다. 이 건물의 척추와도 같은 공간이 그 자체가 벽처럼 두 장소를 정의하게 된다. 하나는 강과의 관계를 갖는 장소, 둘째는 숲과 함께 만드는 장소.
테마의 문제를 고민하며 필요한 공간들이 배치구성된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루어지는 작업은 창을 뚫는 작업 하나 하나 조차도 집이라는 테마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할 연구결과가 된다. 처음의 의도는 마지막까지 빈틈없이 초지일관 유지되야한다.
이렇게 학교가 시작되었다. 2학기에는이 프로젝트를 디테일과 설비까지 다룰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각자의 집설계를 몇주동안 발표하며 우리 반 전체가 다같이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된다.
그외 2주에 한권씩 책을 읽고 전체가 함께 토론하며 하나하나 대상을 정의하고 정리해 나가며 이론과 실행을 겸하는 학기로 진행된다.
[복원 설계 수업] Consonno Observatory 프로젝트 마무리 (0) | 2020.0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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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업] 호숫가의 집: 입면과 구조도 이야기 (0) | 2020.04.13 |
[설계수업] 호숫가의 집: 변경안 (0) | 2020.04.13 |
대구 고산 공공도서관 (2) (0) | 2019.12.01 |
대구 고산 공공도서관 (1) (0) | 2019.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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